이번엔 쉐퍼 프리루드 매트 사용기를 올려봅니다. 프리루드 매트는 쉐퍼의 저가형 모델로 엔트리 만년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엔트리 급임에도 쥐었을 때의 느낌과 부드러운 필기감 또한 너무나 깔끔한 세필의 닙은 알파벳 문화에서 태어난 만년필이 맞는지 의구심까지 들게 합니다.

-절제 된듯한 무난함, 무난함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

날렵하지도 않으면서 화려하지도 않은 디자인은 중후한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펜 케이스를 열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광택을 자랑하는 대부분의 만년필과는 달리 절제 된 듯 은은한 반사광만을 비추며 누워있는 모습은 결코 튀지 않는 무난함과 오히려 그렇기에 세련된 프리루드 매트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쉐퍼의 약간은 뭉툭하고 짧은 듯한 닙과 클립의 하얀 점은 시가형의 매끄러운 바디의 곡선 양끝을 쉐퍼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눈을 충분히 만족시키리라 생각됩니다.

-무겁지만 기분 좋은 안정감

저울로 측정해본 결과 33g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쥐었을 때 무겁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밸런스를 느끼게 해 줍니다. 다시 캡을 뒤에 꽂지 않고 쥐어 봤습니다. 약간은 가벼워 진 듯 하지만 기분 좋은 밸런스는 그대로 손에 전달됩니다. 캡을 뒤에 꽂지 않으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는 만년필들이 많습니다. 물론 캡이 무게의 밸런스를 맞추는 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필기의 안정감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쉐퍼 프리루드 매트의 밸런스는 무거운 무게도 기분 좋게 바꾸는 것 같습니다.
무거워서 장시간 필기 시에 손이 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피곤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글은 긴 글도 있고 짧은 글도 있습니다. 오래 필기를 할 수도 있고 날짜와 사인만 할 수도 있습니다. 쉐퍼 프리루드 매트는 무겁다. 그래서 손이 피곤해 진다. 이러한 고정 관념 때문에 이 만년필을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끝을 배려한 그립존의 디자인

쉐퍼 프리루드 매트의 그립존은 삼각형의 모양의 가지고 있습니다. 쥐었을 때 손끝이 가장 편안한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어 쉐퍼의 세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자인 입니다. 하지만 조금 짧은 그립존의 길이는 펜을 닙에서부터 멀리 쥐는 사용자에게 조금은 불편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자를 쓸 경우엔 닙에서부터 조금 멀리 펜을 쥐고 사용하지만 쉐퍼 프리루드 매트를 쓰다 보면 어느새 손끝이 삼각형의 그립존에 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만큼 손끝의 편안함을 느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무게는 결국 최고의 필기감

23k 전기도금에 루테늄 마감의 닙은 종이에 닿는 순간 너무나도 부드럽게 가는 선을 이어갑니다. 닙의 굵기는 F임을 다시 확인하고 다시 종이에 그려진 글씨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세필이었습니다. 영국 파커를 마음속에 두고 미국 쉐퍼를 접한 탓 일까요? 쉐퍼 프리루드 매트는 영어 문화권의 만년필은 다 굵은 닙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어버립니다. 일본 만년필의 칼로 도려낸 듯한 세필이 아닌 풍부한 잉크의 흐름과 만년필 자체의 무게가 그리는 실크 같은 세필을 가지고 있습니다. 쉐퍼 잉크는 약간 흐린 듯 했고 잉크의 흐름은 넘치듯 과하진 않았지만 매우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글자는 닙이 종이를 스친 그 자리에만 가만히 흔적을 남깁니다. 배럴의 특수 매트는 손의 땀을 흡수하고 편안한 그립 존과 밸런스 있는 무게는 환상적인 필기감을 손끝에 전달해 옵니다. 풍부한 잉크 흐름에도 번지지 않는 세필은 눈에 즐거움을 선사하며 기분 좋은 만족감을 마음에 전합니다. 결국 쉐퍼 프리루드 매트의 디자인과 무게 그리고 닙은 이러한 최고의 필기감을 위해 설계된 것이었습니다.
영문자의 부드러운 곡선과 동양문자의 다양한 직선과 사선을 모두 아름답게 표현하는 쉐퍼 프리루드 매트. 클레르 퐁텐 또는 로디아의 벨럼페이퍼와 쉐퍼 프리루드 매트가 만난다면 어떨까요?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 로마의 콜로세움, 누구나 타고 싶은 차 은색 포르쉐 스포츠카 한 광고의 카피가 떠오릅니다. 그럼 누구나 쓰고 싶은 펜은 어떤 만년필일까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이 다 같은 것은 아니죠? 내 마음을 사로 잡는 디자인, 내 손에 쥐었을 때의 편안함, 만족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닙의 굵기와 필기감을 가진 만년필이 바로 제일 쓰고 싶은 만년필일 것 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여러 만년필 회사들이 계속 연구하고 만들어 내는 제품과 작품들을 우리가 접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시필용 쉐퍼 프리루드 매트를 반납하기 위해 직접 베스트펜 매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정말 너무나 매력적인 만년필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나 만년필 리뷰를 보고 자신의 만년필을 선택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쥐어보고, 획을 그어보고, 다른 만년필과 비교를 해 보고 고른다면 정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최고의 만년필을 고를 수 있을 것 입니다. 만약 쉐퍼 프리루드 매트와 다른 만년필들과 비교 시필을 해 봤으면 조금 더 객관적이고 자세한 리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 하며 매장을 나왔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브랜드 쉐퍼의 프리루드 매트 만년필 시필의 값진 기회를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