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사이즈가 너무 커 폐허였던 블로그에 썼습니다.
http://blog.naver.com/kiel2353 에 낙서장에 있습니다.


7월 11일 엄마가 배송이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순서가 나까지 올지 걱정이었는데 정말 기뻤다.

7월 12일 저녁 드디어 소포를 뜯어보았다. 그런데 만년필 케이스에 소포 뜯다가 생긴듯한 긴 칼자국이 있었다.

다행히 속에 케이스는 따로 있었다. 내가 낸 건 아니었다. 깜짝 놀랐다. 칼자국난 케이스는 보기 흉해 찍지 않았다.

여러 설정샷을 찍어보았다.

배경은 빈센트 반 고흐-Starry night의 1000피스짜리 퍼즐(이거밖에 마땅한 배경이 없었다.)


버릇처럼 만년필보단 첨부된 문서를 찾아봤다.

<Use and care guide>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으로 써져 있었었다. 하지만 한글은 없었다. 다행히도 품질보증서는 한글이었다.

보증서 사진도 생략한다. 그런데 아마 케이스와 보증서는 발로아에 첨부된게 아닌것 같다.

베스트펜에서 찾아본 결과 발로아 전용 원목 케이스와 전용 첨부문서가 있다고 하였다.

분실의 위험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만년필을 보았다. 새 펜의 느낌은 아니었다.

모두 분해해 보았다. 각 부품들의 완성도는 대단히 우수했다. 역시 비싼 펜 다웠다.

각 부분의 상세평

캡

거대한 클립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서명에 많이 사용되다보니(The Signature Pen이라고 써진걸 보면) 캡까지 꼽아 쓰기엔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캡을 빼고 쓰니 부담 없는 무게가 되었고 무게 밸런스도 맞았다.
캡의 속 부분을 보니 흰색 부분이 있었다. 이것이 펜의 마름을 방지하는 부분이 아닌 가 생각된다. (이부분도 잘 안찍혀서 사진생략)

배럴

황동에 래커를 입힌건지는 모르겠지만 래커를 입힌 건 맞는 것 같다.
손에 감기는 맛이 있다. 굵직하고 묵직한 맛이 난다.



컨버터

신기했다. 고무가 펜과의 연결부위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어 잉크유출은 없을것 같다.
또 유리의 색이 검은색이어서 잉크잔량을 확인하기가 좀 힘들었다.

닙

만년필의 생명은 역시 닙이다. 인레이드 닙은 날카롭게 서 있었다.
처음 이 닙을 보았을때 뭐 이렇게 생긴 닙이 있나 했는데 직접 보니 더욱 신기했다.
펜의 라인을 따라 닙이 그대로 뻗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옆에서 보니 멋들어지게 휘어있었다.
필기각을 달리해서 써 보았다. 높은 필기각일 땐 일반 만년필 같은 필기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낮은 각에서는 미끄러지는 듯한 필기감이었다.
이리듐이 매우 둥글다는 것을 발견했다. M150과는 이리듐 마무리의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Y자로 갈라진 클립가운데 박혀있는 White Dot는 골짜기 사이에 떠있는 보름달을 떠올리게 했다. (하단 사진)

사진솜씨가 많이 모자르다.






뚜껑을 연다.

인레이드 닙(Inlaid nib). 특이한 형태가 포스를 풍긴다. 몇 자 적어봤다. 가늘었다.

F닙인데도 불구하고 EF닙의 가늘기였다. 오, 좋은걸?




다양한 접사사진들





내일 가야하는 영어숙제를 위해 클레르퐁텐 노트를 한 장, 두 장 채워가길 몇 시간. 수 장의 노트가 빽빽이 채워졌다.


노트 첫째 장

본격적 사용에 들어갔다 . 성문 기본영어 문제에 있는 본문을 적어봤다.

연필로 동그라미치고 펜촉이 가리키고 있는 부분이 헛발질이 뜬 부분이다.

그러나 다시 잉크를 충전하자 헛발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잉크마름은 탁월했다.

뚜껑을 열고 5분 정도 딴 짓하고 왔는데도 헛발질 없이 쓸 수 있었다.



둘째 장 부터는 사진 생략

좀 어려운 본문이 나타났다. 본문을 통째로 써 내려갔다. 부드러운 필기감에 저절로 글씨가 날아갔다.

셋째 장

자잘한 숙어, 단어다. 가늘게 나오는 발로아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한글, 한자 및 일본어

숙제를 다 끝내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발로아의 펜촉을 바라보았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남는시간에 몇자 적어봤다. 한글에선 영어와 별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필기각을 많이 세워야 되고 필압이 필요한 일본어나 한자는 맛이란 게 좀 부족한 것 같았다.

여러 명언과, 맘에드는 구절, 노래 가사 등을 적어보았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뭐든 메모해야하고 단어나 숙어를 외우려면 수 번, 수십 번 반복해 써야하는 나에게 만년필과 프랭클린 플래너, 노트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플래너에도 써보았다. 위클리 사이즈의 좁은 칸에도 부담없이 써졌다.

학생의 신분인지라 만년필의 목적은 노트정리와 필기용(결론은 실사용). 가는 것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후기

발로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멋진 펜입니다. 씩씩하고 굵직굵직한 남자다운 펜이었습니다.
학생이 감히 쓰기엔 너무 비싼 펜이긴 하지만 정말 탐나는 펜이었습니다.
인레이드 닙이며 커다란 클립이며 매력적이란 건 분명하지요.
시필 하신 모든 분들도 동의 하시는 점일 것입니다.
배송된 날짜가 토요일이어서 주말동안 원없이 썼습니다. 노트정리도, 일기도, 수학문제도
월요일이 되어 반송신청하고 화요일에 우여곡절끝에 반송하니 (화요일엔 결국 못썼지만) 아쉬운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펜이 길들어 정들만 하니 떠나보내야하는 아쉬움이지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악필인 저는 초딩때 국어시험을 100점 맞아놓고도 글씨를 막되게 써서 몽둥이찜질을 받은 녀석이지요.
하지만 찍어 쓰는 펜을 거치고, 만년필을 만나자 이정도로 나아졌지요.
그리고 어느덧 중3. 고등학교 진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저로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만년필에 대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유한 킴벌리의 창업주셨던 故 유일한 박사께서 쓰셨던 만년필도 쉐퍼 만년필이고, 그밖에 많은 역사적 조인식에서 쓰인 만년필도 쉐퍼만년필이지요.
유서깊은 이 쉐퍼만년필을 쓸 좋은 기회 만들어주신 비젠 마스터피스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