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은 친절한 필기 도구가 아닙니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잉크를 채워야 하고,

펜촉에 무리가 가지 않게 신경써서 힘을 빼야하고,

오래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주 세척을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친절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만년필의 매력이자

만년필을 사용하는 감성입니다.

처음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면...

펜의 모양, 펜촉이 주는 필감, 손에 잡히는 느낌 등을 즐겨가며

펜 자체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어갑니다.

다양한 펜들이 눈에 들어오고, 궁금해지고, 써보고 싶어 집니다.

터무니없이 빨리 증식하는 펜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주위를 돌아 볼 여유가 생긴다면,

이제 종이와 잉크 쪽으로 눈을 돌립니다.

펜촉과 종이가 스치는 느낌을 따라서 잉크가 선을 만들어내는 느낌,

잉크의 흐름에 따라 가벼워지기도 무거워지기도 하는 필기감,

종이의 질감에 따라 천차만별 다르게 색감을 피워내는 잉크의 발색.

점점 만년필이 주는 즐거움과, 즐길 수 있는 세상의 크기가 커집니다.

지필묵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닌가봅니다.

종이, 펜, 잉크의 다양한 조합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질 때입니다.

만년필을 쓰면서 즐길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것은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손에 꼭 맞는 펜, 그 필감을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종이와 잉크로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커다란 즐거움을 줍니다.

이 모든 즐거움이 만년필을 써야 하는 이유이자

만년필이 주는 행복이 아닐까요?

만년필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와 같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애착이 커지는 친구같은 만년필,

오늘 한 자루 마련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