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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쓸까?
#호기심 #추억 #좋은 필기감 #선물 #아날로그 감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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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10.06 13:33:08
Name : nh@cf079e5f
Hits :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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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고등학교 시절 영어 필기체를 폼나게 써보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처음은 집에 방치되어 있던 어머니 아버지가 쓰시던 파이롯트 만년필을 장난삼아 써봤지만 오래된 만년필이다 보니 바디 도장이 다 벗겨지더라. 그래서 결국 어머니를 설득하여 나만의 만년필, 그것도 사실 수험생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붉은 색의 은장 세일러 바르카롤, 그 무거운 만년필을 산 것이 나의 첫 만년필이었다......(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한 녀석이었다) 만년필과 나의 자아가 물아일체를 이룬 순간은 내가 고3 때였던 2018년 그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러시아 월드컵으로 인해 한창 어수선했던 그 여름, 내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이 표면을 타고 손 끝에 전해지는 14k촉의 그 마찰력 덕분이었다 할 수 있겠다.(그래도 월드컵 결승전은 안 볼 수가 없더라....) 빳빳한 이면지 위를 순항해가며 은장의 촉으로 한 획 한 획 그어나가는 것은 흔히들 말하는 '사각사각'을 뛰어넘어 찌릿찌릿한 수준까지 달했다. 과장을 좀 보태서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손이 저리다. 오히려 내 손이 무거운 브라스 재질로 된 바르카롤에 홀려서 무아지경으로 쫓기는 느낌이었다. 당시의 희열은 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와 같이 나에게 만년필은 고단했던 입시 시절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현재도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밤을 세워 공부할때는 손에 만년필이 들려있다. 치열한 경쟁 속, 책상 앞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존재, 든든한 전우이자 동반자이다. 친구들이 관리하기 번거롭게 만년필을 왜 쓰냐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나의 열정이 붉은펜을 통해 투영되며 (80프로가 붉은 계열의 펜이다), 만년필은 나를 겸손하고 차분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한 감이 있으나 실제로 만년필이 내 아이덴티티 형성에 많은 영항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만년필에는 현재 20대인 나이대에 걸맞지 않게 클래식함을 추구하고 4차 산업 혁명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적 본질, 그 본질을 꿰뚫는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나의 철학과 고집 또한 담겨있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만년필을 선물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하는것이 목표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매 순간 내 펜파우치에는 만년필이 꽃혀있을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추천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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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cf079e5f |
2021.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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